비상계엄 후폭풍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인해 극장가도 비상이다. 극장가 대목인 연말에 난 데 없는 불똥을 맞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화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오는 24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개봉을 연기했다. 배급사 측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예정돼 있던 언론배급 시사회 및 매체 인터뷰 역시 부득이하게 취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시작으로 배우 이레, 진서연 등 배우들의 영화 홍보 인터뷰가 줄줄이 예정됐었다. 그러나 어수선한 정국으로 인해 영화 흥행에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자 눈앞에 둔 시사회까지 취소하며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내년 1월8일 개봉일은 그대로지만 12일로 계획됐던 제작보고회를 취소했다. 내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취소했다는 입장이지만 탄핵 정국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급변하면서 극장가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6~8일) 영화관 관객은 164만447명으로 이전 주말(180만9284명)보다 16만8837명 줄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과 서울 여의도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었던 지난 7일 관객은 68만927명을 기록해 11월30일(80만3746명)보다 12만2819명이나 줄었다. 탄핵안 불성립 여파가 이어진 8일 또한 관객이 65만205명을 기록했다. 지난 1일 관객 수보다 4만4294명이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극장가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주말 8∼10일 관객 수는 196만9575명이었다. 지난 7일 국회 앞 집회에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최대 15만 9천명)의 시민들이 모였던 만큼 시민들이 영화관과 같은 문화 생활 대신 거리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극장가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면서 영화계 또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2’가 지난달 27일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순항 중이었고,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과 송강호·박정민 주연 영화 ‘1승’이 나란히 지난 4일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소방관’과 ‘1승’은 개봉 전날 계엄 사태를 맞으면서 신작 효과는커녕 정국 혼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정농단 사태 및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당시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던 바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불똥을 맞게 된 극장가는 11일 개봉한 ‘대가족’을 비롯해 ‘하얼빈’(24일),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31일) 등의 기대작 출격으로 반전을 바라고 있다.
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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