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백제의 수도에 ‘댕션스 트웰브’가 떴다! 지난 22일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충남 공주시에는 첫 눈 대신 인플루언서 강아지들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공주문화관광재단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가족들을 초대한 것이다.
공주시의 반려동물 친화관광 활성화를 꿈꾸는 재단과 국내 유일 반려동물 동반 여행전문사 ‘펫츠고’가 공동으로 준비한 팸투어, 1박2일 공주여행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동행했다.
◆ 1일차, 오전 8시
아침 댓바람부터 서울 동작주차근린공원으로 예쁘게 꾸며 입은 강아지들이 보호자들을 끌고 모여든다. 이들은 ‘이제 편안하게 펫과 함께 떠나세요!’, ‘이 버스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탑승하고 있어요’라는 문구와 더불어 선글라스를 끼고 여행을 떠나는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로 꾸며진 펫츠고의 전용버스 ‘댕댕버스‘에 올라탄다.
간식과 구강 건강약 등 웰컴키트에 기분 좋아진 강아지들이 각자 보호자 옆 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한 마리가 “멍”하고 짖자 나머지 녀석들도 “멍”, “멍”하는 것이 마치 알아서 인원체크, 아니 ‘견원’체크를 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의 펫가이더(Pet Guider)로 나선 신종태 펫츠고 부대표가 코스를 개괄 설명한 뒤 오전 8시40분 공주행 댕댕버스가 출발한다.
◆ 1일차, 오전 10시30분
마침내 옛 백제의 수도(웅진) 공주에 도착했다. 금강신관공원에서 현지 합류팀이 탑승해 강아지 12마리 ‘댕션스 트웰브’와 사람 11명 ‘베스트 일레븐’이 완성됐다. 믹스견, 코커스패니얼, 말티푸, 폼피츠, 베를링턴테리어, 푸숑, 몰티즈, 치와와 등 다양한 견종이 모였다.
멤버 중 특별한 강아지가 있다. 멋진 고글을 쓴 ‘우주’다. 오랜 유기견 생활 중 염산테러를 당해 화상을 크게 입은 우주는 지금의 반려인을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다. 따스한 사랑 아래 마음의 상처는 회복했지만 몸 상태는 더 이상의 호전이 어렵다. 눈 주변 및 입 근처 피부가 크게 손상됐고 시력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이에 보호자는 “우주가 앞을 볼 수 있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거의 매주 전국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신 부대표의 가이드 아래 대망의 첫 코스 ‘금학생태공원’에 도착했다. 댕댕버스에서 내린 강아지들과 보호자들은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호수 낀 산책로를 약 30분 동안 여유롭게 걸었다. 11월 말임에도 따스한 햇살이 호수에 반사돼 윤슬을 만든다.
산책 중 ‘달’이가 배변을 하자 자연스럽게 배변봉투를 꺼내서 처리한 보호자는 “반려인으로서 당연한 펫티켓”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공주문화관광재단 관계자도 그 모습에 엄지를 세웠다.
◆ 1일차, 오후 12시10분
두 번째 코스인 의당면 두만리 ‘예하지 마을’에 도착한다. 대형 버스에서 강아지들이 줄지어 내리는 모습을 마을 어르신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요리한 점심식사를 한 뒤 지역 특산품 알밤으로 만든 후식도 맛본다.
곧이어 이곳에서 수확한 고구마로 경단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찐 고구마가 나오자 강아지들이 눈을 반짝이며 달려든다. 제지를 당한 뒤에도 보호자들이 찐 고구마를 공굴리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사이 ‘기습’에 성공해 한 입 베어 문 녀석도 있다.
사람이 먹을 것에는 고구마에 꿀을 섞은 뒤 카스테라 빵가루를 묻히고, 강아지들이 먹을 것은 고구마에 닭가슴살을 섞고 시금치·단호박·비트 가루를 묻혀서 경단을 완성한다. 닭가슴살을 건네받고 섞는 과정에서 ‘강아지들의 난’이 다시 발발한다.
어렵사리 색색의 고구마 경단 세트를 완성한 ‘땡순이’ 보호자는 “우리 강아지 간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재밌고 뜻깊었다”고 전했다.
보호자들은 경단을 먹이기 전 ‘인증샷’을 찍으려 애쓰지만 강아지들이 도통 협조해주지 않는다. 얼른 먹고 싶어 달려들기 일쑤다. 반면 ‘바다’와 ‘강’이는 보호자가 먹으라고 말하기 전까지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너도 쟤들 좀 닮아봐”라는 잔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점잖은 두 강아지의 보호자는 “괜스레 뿌듯하다”고 웃으며 “함께 야외활동을 하려면 펫티켓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 1일차, 오후 2시30분
다음 코스는 정안천생태공원 메타세콰이아길. 현지 반려인들에게도 소문난 산책길이란다. 댕댕버스에서 내리기 전 강아지도, 보호자도 몸단장을 새로 한다. 이번 팸투어에 합류한 사진작가의 스냅사진 촬영이 이곳에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촬영이 시작되자 각자 ‘인생사진’을 꿈꾸며 포즈를 취한다. ‘광복이’는 장기인 하이파이브를 선보이며 주변의 감탄을 자아낸다. 광복이 보호자는 “여행을 와도 강아지와 같이 사진을 찍기 어려운데 사진작가님이 함께하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몇몇 보호자들이 슬쩍 사진작가에게 다가와 재촬영에 들어간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 않은가.
4번째 코스로 이동하는 중 몇몇 강아지들은 ‘강행군’에 지쳐 잠이 들었다. 이번 투어 최고령 강아지 11살 ‘무무’의 코 고는 소리가 댕댕버스에 울려 퍼지자 일동 폭소.
도착한 곳은 세라믹 스튜디오로, 도자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직접 백자토를 빚고 꾸민다. 강아지를 위한 간식그릇으로 쓰겠다는 계획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약 2시간 동안 ‘슈슈’를 품에 안고 백자 그릇을 만든 모녀 보호자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만든 백자그릇은 굽기 과정을 거쳐 약 한 달 뒤 각자 집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 1일차, 오후 6시
첫 날의 마지막 일정은 바비큐 파티다. 맛있는 고기에 술도 곁들인다. 대부분 이번 여행으로 처음 만난 사이인데 하루를 함께 보내며 금세 가까워졌다. 어느덧 호칭이 “저기요”에서 “언니”로 바뀌었다. 무무 보호자는 “아기 얘기를 하며 엄마끼리 가까워지듯 반려인들은 강아지 얘기를 하면서 금방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소는 지역에서 유일한 관광호텔으로, 원래 반려동물 동반 숙소가 아니지만 이번 투어를 위해 특별히 강아지들에게 문을 열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보호자들은 더 철저하게 펫티켓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며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 2일차, 오전 11시
충분한 취침과 휴식으로 이틀째 일정을 시작한다. ‘라떼’ 보호자는 “강아지와 집 밖에서 같이 잔 건 처음인데 숙소가 좋아서 편하게 잘 쉬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숙소에서 나오는 보호자들의 겉옷은 대부분 어제와 똑같은데, 강아지들은 거의 다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났다.
조식 겸 중식으로 만둣국을 먹은 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로 이동한다. 이곳에 마련된 드넓은 잔디공원에서 목줄을 푼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논다. 보호자들은 “이번 여행 중 강아지들이 가장 신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삼삼오오 모인 보호자들이 티타임을 가지며 반려생활 정보와 반려용품을 공유하는 사이 강아지들끼리도 서로 친해진 듯 같이 논다. ‘미미’와 ‘유리’ 보호자는 “우리 보호자들처럼 강아지들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 같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 2일차, 오후 2시
어느덧 팸투어의 마지막 코스. 유구읍에 위치한 핑크뮬리 정원이다. 겨울의 초입이지만 마치 봄처럼 따스한 햇볕 아래 산책을 하며 여유를 즐긴다. 그리고 핑크뮬리에 파묻혀 스냅사진을 촬영한다.
이번 여행에서 ‘열일’한 박현진 사진작가는 ‘메타세콰이아길도 그렇고, 핑크뮬리도 그렇고 시기상 문제로 색감이 부족해서 조금 아쉽다”면서도 “사진을 찍으며 참 행복했다. 반려동물 촬영은 어린아이 촬영과 비슷하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소통하며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단체여행객들을 흥미롭게 바라본 마을주민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 참 보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주환 공주문화관광재단 홍보마케팅 팀장도 “참가자 분들이 만족하셨기를 바란다”며 “이번 팸투어의 반응을 바탕으로 부족한 점은 보완해서 반려동물 동반여행 친화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팸투어의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가감없이 남겨달라며 참가팀들에게 설문조사를 부탁한 재단은 알밤 캐릭터 인형과 키링, 소리나는 반려견 장난감 등 시에서 준비한 기념품도 함께 전달했다.
◆ 2일차, 오후 5시30분
뉘엿뉘엿 해가 저물 즈음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을 위해 전남 목포시에서 올라왔다는 ‘순둥이’ 보호자는 “공주는 처음인데 목포 바다와는 다른 매력을 만끽했다. 순둥이가 이렇게 많은 강아지들과 지낸 건 처음인데 즐겁게 같이 잘 놀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서로의 연락처와 SNS 계정 주소를 나누며, 강아지들은 서로의 코를 부비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이틀간 댕댕버스를 운전한 정종기 기사와 안전사고 예방에 힘쓴 최정근 보조 펫가이더는 “강아지들 덕분에 힐링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공주 팸투어를 총괄한 신 부대표는 “반려동물 동반 취식이 가능한 식당과 동반 출입 숙소가 부족한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지자체에서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며 “안전하게 여행을 마쳐서 기쁘다. 강아지들과 보호자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주=박재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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